일본과 중국의 대표 물류기업을 소개합니다.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그 기회를 어떻게 성장으로 연결했는지 임재국 박사님을 통해 들여다봅니다. 한국 기업과 물류시장에 적용할 지점도 함께 찾아보세요.
In brief
하코부
– 트럭운송기사의 작업환경과 처우 개선을 우선목표로 하는 물류 스타트업
– 운송 기사의 동기 부여와 서비스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선순환 구조가 정착
– 열린 기업 문화와 태도로 물류 산업의 네트워크망 구축
Q. 앞서 일본 물류기업 SBS 소개를 통해 성장 잠재율이 높은 일본의 이커머스 시장을 확인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기업은 일본 물류 산업의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코부’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임재국 박사(이하 생략): 네, 이번에는 첫 번째 로지스토리의 주인공이었던 일본 ‘오픈로지’와 함께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물류 스타트업인 ‘하코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코부’는 2012년에 설립된 신생 기업입니다. 지금의 다양한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것은 불과 6년 밖에 되지 않았고요. 창업자인 후지타 미츠루의 성장과정과 이력, 그리고 창업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매우 독특합니다. 제가 ‘하코부’에 관심갖게된 것도 창업자 후치타 미츠루의 인터뷰였습니다.
Q. 어떤 점에서 독특했나요?
후치타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전기 기사로 잠시 일하다 20세 때 제빵 회사의 배송 기사로 취직하며 물류업계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후 대기업 택배 회사에서 4년간 배송에서 판매까지 운송 업계의 프로세스를 습득했는데요. 2007년도부터 2011년까지는 개인사업주 드라이버로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후치타 씨는 일본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트럭 운송 기사의 부족, 높아지는 운송비 등 산업적 이슈와 함께 일본 내 운송 트럭 대부분의 짐칸 50%가 비어있는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낙후된 산업의 환경을 들여다보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신한 후 2012년에 지금의 하코부를 창업했다고 하니, 참 대단하지요? 하청 운송회사 및 운송기사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물류시스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하코부 창구(ハコブの窓口)’, ‘하코부요 넷(ハコブヨ.net)’, ‘자사택배서비스(自社宅配サ?ビス)’라는 3개의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2018년도에는 ‘하코부 창구’와 ‘하코부요 넷’을 합쳐 주식회사 하코브홀딩스를 설립한 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였습니다.
학력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고교 졸업이 전부인 히타치가 산업의 문제점을 더욱 더 넓게 바라본 것에 굉장히 감탄했습니다. 그보다 경력이 훨씬 많은 저로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실제로 도전했어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하코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경화물자동차운송, 일반화물자동차운송, 이사 및 이사 부대 업무, 산업 폐기물 수집 운반, 중고차 매입 및 판매, 중고차 수출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만, 주력사업은 라스트마일에 속한 경화물자동차 운송이라고 볼 수 있죠. 몇 년 이내에 상장하고 10년 후에는 1조엔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후지타씨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켜보려 합니다.
Q. 일본의 산업은 오랜 전통과 기술을 갖춘 장인이 큰 장점인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노동력 부족 및 고령화 현상으로 이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화 과제가 시급해졌고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하코부’가 가지는 의미와 위치는 현재 어떠한가요?
사실 일본은 오랜 전통과 기술을 가진 장인들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했고,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제조업에서 전 세계적인 우위를 차지한 나라입니다. 다만 이러한 장점이 아날로그 시대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됐고요. 반도체를 처음 상용화해 삼성에 기술을 제공했을 만큼 기술적인 우위를 가졌으나 그룹 해체 위기까지 내몰린 도시바가 대표적인 예예라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위기를 겪은 SONY는 일본식 경영을 포기하고 디지털전환 패러다임에 합류한 후 극적으로 회복했지만요.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일본 물류 산업의 노동력 부족 현상은 굉장히 심각합니다. 일본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사회 가치관의 변화는 물류 산업은 물론, 전 산업계의 인력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자상거래 산업이 커질수록 인력부족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어 일본 정부는 물론 경제계의 최대 현안 이슈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이에 대응하는 핵심 솔루션이기도 하고요.
하코부가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트럭운송기사의 작업환경과 처우 개선을 목표로 했기 때문입니다. 하코부가 제공하는 플랫폼 모두가 뛰어난 IT 기술력과 첨단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높은 단가에 수주하여 이로부터 발생한 이익을 운송기사와 공유합니다. 운송 기사의 동기 부여와 서비스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겁니다.
특히 화물운송시장이 다단계 운송 구조가 많다보니 ‘화물운송기사는 박봉이다’라는 선입견이 만연한데, 이를 하코부가 불식시킨 것이기도 합니다. 물류회사, 운송기사,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Win-Win이 되는 사업 모델인 것이죠. 이후에도 하코부는 IoT나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관점에서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어가리라 생각합니다.
Q. 현재 하코부는 자신의 사업을 알리는 것 외에도,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온라인 세미나도 주최하고 있더라고요. 젋은 에너지의 스타트업이어서 그런지, 주 사업 외에도 다각도로 산업 이슈, 정책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코부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맞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하코부 창업자의 기업이념과 비즈니스 모델 역시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같은 맥락입니다. ‘사회 문제는 곧 물류 문제이다’라는 인식인 거죠. 운송 드라이버에게도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로 변화시킨다는 비전을 임직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향후 기업 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고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이점 역시 큰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외부 전문가를 비롯한 기관과의 네트워킹을 통한 공동 세미나 개최도 엑센추어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 출신의 임직원들이 활약하고 있고요.
그리고 저는 하코부의 열린 기업 문화를 또 다른 장점으로 생각합니다. 하코부의 업무수행 방식을 들여다보면 기존 일본식 경영과 리더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창업자인 후지타 씨조차 자신의 역할을 업무의 지시를 내리고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의 단계는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임원이나 실무자에게 맡기고요. 운송 드라이버나 현장 인력은 물론, 하코부의 비즈니스에 관련된 이해 관계자 모두에게 평등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창업자의 철칙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업 문화 덕분에 업계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코부가 물류 산업의 경화물운송사업자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특화형 비즈니스 교류회’가 대표적입니다. 경화물운송사업자들이 자사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서로 교류하는 자리인데요. 경화물배송 기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 참가자들도 참석할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라스트마일 시장의 구인난을 함께 해결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이러한 하코부의 열린 자세가 업계 평판은 물론, 시장 환경 개선에도 많은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하코부 또한, ‘데이터 기반 물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로지스팟 또한, 국내의 미들마일부터 퍼스트마일까지의 디지털화 실현을 이끌고 있습니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로지스팟이 참고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더 나아가, 일본판 미래 스마트 물류의 기반이 되는 전략에는 SIP(Strategical Innovation Program)이 있다고 하던데요. 이와 관련된 정보와 우리 정부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함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물류 데이터의 중요성과 시너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이미 물류 분야의 빅데이터는 아주 넓은 범위에서 활용되고 성과사례도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의 경우 이미 빅데이터를 활용해 많은 비즈니스 모델들을 구축하고 이를 현업에 이용하여 기업경쟁력으로 연결하는 반면, 우리 물류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본다면 하코부의 경영전략은 매우 시의적절 하다고 봅니다. 물류 데이터의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정부의 규제완화정책과 지원 프로그램 마련도 매우 중요하지만, 기업 차원의 접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코부의 경우 DX분야의 전문가의 확보육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실제 성과로도 연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죠.
로지스팟을 비롯한 국내 많은 기업들이 물류의 디지털화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할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높여 경쟁사와 확실한 차별화 수준까지 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략과 투자, 중장기 적이고 일관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SIP(Strategical Innovation Program)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전략적 혁신 프로그램이 되겠네요. SIP는 일본 내각부의 과학기술 혁신회의(CSTI)의 주도가 되어 부처와 기관의 경계, 전통적인 분야를 초월하여 과학기술의 혁신을 실현하기위해 만든 국가적 프로젝트입니다. 2014년도부터는 제1기 11과제, 2018년도부터는 제2기의 12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 과제를 강력하게 리드하는 프로그램 디렉터(PD)를 중심으로 산학관 연대를 통해 기초 연구로부터 실용화·사업화는 물론, EXIT까지를 바라보고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주요과제를 살펴보면 주로 탄소제로사회 구축, 자율형 자동차, AI, 신재생에너지, 신소재 등이 많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운영 방식도 주목할만합니다. 연구개발과제마다 프로그램 디렉터(PD)를 선정하고 거버닝보드(유식자회의)의 승인을 거쳐 내각총리대신이 임명합니다. PD는 관계 부처의 경계를 넘어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습니다. PD가 의장이 되어, 관계 부처 등이 참가하는 추진 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구조입니다. 우리 정부에도 비슷한 정책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SIP프로그램이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각계의 권위 있는 학자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유식자회의(有識者會議)’를 수시로 개최하여 전 과제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하는 점도 우리 정부가 참고할 만한 점입니다.
시리즈 보기
1. 오픈로지, 이커머스 물류의 해답과 정답
2. 中 딜리버리, 메이투안과 어러머의 싸움?
3. 韓-中 라스트마일 시장, 어디쯤 왔나?
4. 日 물류기업 SBS, ‘텐배거’ 기대되는 이유
5. 中 물류 기업 ‘순풍 익스프레스’의 경영 전략
6. 日 히타치물류, 혁신과 내실 두 마리 토끼 잡다
7. 日 하코부, 운송 드라이버 대우가 곧 서비스의 품질 (현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