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의 대표 물류기업을 소개합니다.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그 기회를 어떻게 성장으로 연결했는지 임재국 박사님을 통해 들여다봅니다. 한국 기업과 물류시장에 적용할 지점도 함께 찾아보세요.
In brief
메이투안
– 공동구매 플랫폼으로 출발해 생활 서비스 O2O 플랫폼으로 성장
– 배송 로봇, 자율주행 등 IT기술 확보하며 다방면으로 확장
어러머
– 알리바바를 모기업으로 둔 플랫폼 기업
– 2008년 창업 이후 6년간 딜리버리 서비스 업계 1위를 유지하다 메이투안에 역전
Q. 로지스팟 에디터(이하 생략): 이번 인터뷰는 중국 차례입니다. 메이투안과 어러머를 선택했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임재국 박사(이하 생략): 경제의 글로벌화, 기술혁신, 소비자 니즈 변화로 물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물류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기도 했죠.
O2O 비즈니스가 등장하기 전, DHL, 페덱스, 퀴엔나겔, 쉥커 등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글로벌 물류기업과 머스크, MSC 등 글로벌 대형선사에 의해 물류혁신이 주도되었습니다. 이들이 글로벌 물류시장의 헤게모니를 지배하고 있었죠.
지금 글로벌 물류시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물류시장의 공고한 틀을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가는 기업이 바로 중국의 메이투안(美团)과 어러머(饿了么)입니다.
두 기업 모두 딜리버리 서비스로 알려진 중국 대표 플랫폼 기업이에요. 두 회사의 경영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수요 발굴, 서비스 확장 등 많은 영감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Q. 두 회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우선 공통점으로는 든든한 모기업이 있다는 것입니다. 메이투안은 텐센트, 어러머는 알리바바라는 거대 IT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금력과 기술력이 뛰어나고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죠.
차이점은 모기업의 경영전략에 따른 기업구조예요. 메이투안은 수평적 생태계를 추구하는 반면, 어러머는 수직적 생태계를 추구합니다.
2018년 1월 2일, 알리바바는 어러머 지분의 57%를 약 10조 7300억원에 인수해 어러머의 주식을 100%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어러머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죠.
반면 메이투안은 다릅니다. 텐센트가 1대 주주이지만 경영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메이투안 창업자가 차등의결권 방식을 통해 적은 주식을 보유하고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돕고 있죠.
경영전략이 바꾼 ‘업계 1위’ 타이틀
Q. 2008년 창업 이후 6년간 업계 1위를 유지하던 어러머가 2014년 무렵 메이투안에 1위를 내주었더라고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모기업의 경영전략의 차이로 비롯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텐센트의 투자전략과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내심’입니다. 텐센트의 재무보고서를 보면 투자한 기업의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오히려 중점사업이나 유망업종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거액을 투자하고 있어요. 피투자자가 상장할 때도 오히려 주식을 사들여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이 되어줍니다.
이러한 텐센트의 투자 덕분에 메이투안은 핵심역량을 기르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홍콩증시 상장을 통해 든든한 자본력과 높은 기업 가치를 보유하게 되었죠.
Q. 어러머가 1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려울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수평적 생태계를 추구하는 텐센트와 달리 알리바바는 수직적 생태계를 추구합니다. 이러한 경영전략의 차이는 의사결정구조 효율성, 외부 생태계와의 연결성, 시장 평가 등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리바바와 어러머보다 텐센트와 메이투안의 경영전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어요. 1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경영전략의 변화가 필요한데 현재 상황에서는 변화를 꾀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중국정부의 거대 기술기업 견제도 어러머의 1위 탈환을 방해하는 큰 요인입니다. 2020년 알리바바 창립자 마윈이 ‘중국 주요 규제 당국이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되어 후폭풍을 맞았습니다. 27억5000만달러(약 3조1105억원)의 벌금과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 중단 등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의 압박이 그치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회사인 어러머도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렵겠죠?
빠르게 발전하는 무인배송시스템
Q. 메이투안과 어러머 모두 무인배송시스템을 구축하기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인데요. 무인배송시스템이 이끌어낼 변화가 궁금합니다.
메이투안과 어러머 외에도 많은 기업이 무인배송시스템을 위해 투자하고 있어요. 특히 테슬라가 자율주행기능을 선보인 2014년을 기점으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중국 ICT기업이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죠. 무인배송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자율주행은 다양한 IT기술과 연결돼있어서 ICT기업과 자동차 제조사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전개되고 있어요.
물류분야에도 무인배송시스템 도입이 활발합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대표기업인 알리바바와 징둥은 일찍이 무인배송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알리바바는 2020년 무인 서빙로봇 샤오만루를 출시했습니다. 샤오만루는 한 번 충전 시 100㎞ 이상 운행이 가능하며 매일 최대 500건의 택배배송이 가능합니다. 2021년 3월을 기준으로 샤오만루는 11개 도시, 15개 대학교에 도입됐어요.
징둥은 2016년부터 무인배송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2019년에는 자체개발한 무인배송시스템이 일본 최초 영업용 무인배송시스템으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2020년부터 장쑤성 칭르어시와 협업해 무인택배도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음식배달 및 서빙분야에도 무인배송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메이투안, 차이니아오(菜鸟), 징둥 등이 대표적이에요.
메이투안은 2016년에 무인배송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2021년부터 베이징 순이구에서 무인배송을 정식으로 시작했어요. 메이투안의 무인배달원은 24시간 배송체제로, 최고 주행속도는 80㎞입니다. 또 150m밖의 장애물을 감지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까지 있습니다. 메이투안 무인배달원의 무인배송은 누적 배송 3만5000건, 누적 이동 거리 30만㎞에 달합니다.
중국의 무인배송시스템과 자율주행은 정부의 지원과 폭넓은 기술투자를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국토가 넓어 무인배송을 도입할 경우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큽니다. 이외에도 인력난 해소, 노동환경대응, 경제성 등 기업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입니다.
Q. 메이투안의 변화로 중국 물류 시장에 파급이 있겠네요.
메이투안은 주력 사업인 음식 딜리버리 서비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음식 딜리버리, 호텔·여행 온라인 예약, 공유자전거,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등을 서비스하는데요. 이렇게 메이투안의 사업이 커지면서 경쟁구도도 심화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호텔·여행 온라인 예약은 씨트립(携程)과, 공유자전거는 칭쥐(青桔)와 경쟁 중입니다.
물류업체 역시 마찬가지예요. 최근 순펑(顺丰)은 위챗을 통해 음식 딜리버리 서비스 펑스(豐食)를 공개했습니다. 메이투안의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 불씨가 돼 전통적인 물류기업과 딜리버리 플랫폼 기업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요.
2010년대만 하더라도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시대였죠. 하지만 2020년 이후 ‘ATM(알리바바·텐센트·메이투안)’의 시대가 왔습니다. 메이투안이 중국 물류시장에 어떤 바람을 불어올지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시리즈 보기
1. 오픈로지, 이커머스 물류의 해답과 정답
2. 中 딜리버리, 메이투안과 어러머의 싸움? (현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