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 된 미들마일 시장 장악은 불가능
카카오·티맵과 협력관계…디지털화 속도
해외 미들마일도 비슷…진출계획 있어
화물 트럭을 전화로 불러서 원자재 및 제품을 운송하는 방식이 고착화된 국내 B2B 육로 운송이하 미들마일, Middle Mile)시장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통합 물류 서비스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의 진출이 위협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반갑다.”
최명아 로지스팟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말이다. 그는 대형 플레이어들의 미들마일 진출을 환영했다. 낙후한 시장을 변화하는 데 대기업의 투자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것이다.
로지스팟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최 CMO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지난달 말에 만났다. 로지스팟은 2016년 당시 20대 중반의 두 청년이 만든 국내 1위 디지털 통합 물류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올해 2월 새롭게 둥지를 튼 서초 사무실은 스타트업만의 특성을 반영하듯 자유롭고 개방된 분위기였다.
최 이사는 “국내에는 미들마일에 속한 모든 영역을 대응할 수 있는 운송 기업이 없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각각의 특정 영역에 속한 화물운송사에 의뢰해 물품 운송을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했다. 한 기업 안에서도 운송영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단절현상이 발생해 시간과 비용, 효율의 낭비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최 CMO는 “미들마일은 워낙 파편화 된 곳이라 한 회사가 시장을 장악하는 건 불가능”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미들마일은 소비자가 제품을 받기 이전까지의 운송 단계를 지칭한다. 이 시장을 ‘미들마일’이란 단어로 처음 언급한 게 바로 로지스팟. 시장규모가 무려 30조원에 달하지만 시장을 구성하는 사업체 99%는 5인 이하의 소규모 회사다. 지역단위로 시장이 형성됐고 특정 물품만 전문으로 운송하는 업체들이 따로 있어 단순한 운송업으로는 새롭게 진입하는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없다.
최 CMO는 “뒤늦게 미들마일에 뛰어든 플레이어들은 모두 ‘변화’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미들마일-라스트마일(택배)은 연계된 시장이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이를 통합하는 공급망은 부재하다. 로지스팟이 추구하는 것도 물류 전반을 총망라하는 통합 디지털 플랫폼을 내놓는 것이다.
실제 로지스팟을 비롯해 미들마일 진출을 선언한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도 수기로 작업이 이뤄지는 낙후한 현장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혁신을 이뤄내고자 하는 게 장기 플랜으로 세웠다. 양사는 사람부터 사물 이동까지 아우르는 통합모빌리티플랫폼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들마일의 디지털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까지도 전화, 문자, 종이계산서 등이 당연한 시장에 디지털 플랫폼을 어떻게 더 확대·적용할 수 있을 지가 끊임없이 연구하는 게 핵심”이라며 “로지스팟은 디지털화를 지향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는 시장 전반에 대해 우리와 협력관계로 컨택 중이다”고 전했다.
대형 플레이어들은 로지스팟의 행보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로지스팟이 디지털화에 뜻이 있는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던 것처럼 티맵모빌리티도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을 개발한 스타트업 와이엘피(YLP)를 인수했다. 추가 인수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어 “이런 대형 플레이어들이 들어오면서 가장 기대되는 게 미들시장 디지털화에 속도가 붙는 것”이라며 “물론 사업 영역이 겹칠 수 있지만 계속 협업관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덕에 미들마일 시장이 주목받고 있어 좋다”고 반색했다. 그는 “양사가 이제는 낙후한 미들마일 시장을 같이 개선하는 플레이어가 됐다”며 “앞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해외시장 진출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최 CMO는 “미들마일 시장은 신기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구조여서 해외로 나가도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 유리하다”면서 “다만 일단은 상당히 낙후한 국내시장부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로지스팟은 매년 매출 규모를 2배 이상 키워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연간 매출인 390억원을 이미 달성했다. 현재 퍼시스, 3M, 풀무원 등 기업 700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21.09.03